사회일반

수년간 아들에 폭력·학대 처벌대신 선처바란 모정

오늘 어버이날 천륜 거스른 학대 고통받는 부모들

지난해 존속범죄사범 95명

피해자 51명 보호쉼터 찾아

A(여·76)씨는 어버이날인 8일을 춘천의 학대 노인 보호 쉼터에서 보낸다. 지난달 아들(55)에게 맞은 눈가의 상처는 거의 아물었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 남았다. 술에 빠져 살던 아들은 직장 생활, 결혼은 엄두도 못 낸 채 사회에서 낙오됐다. 아들을 품을 사람은 어머니가 유일했다. A씨는 폐지를 주워 아들의 생계를 책임졌다. 하지만 아들의 알코올중독 증세가 심해지면서 폭력이 시작됐다. 툭하면 집안 살림을 부쉈고 A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A씨는 5년 넘게 아들의 폭력을 묵묵히 견뎠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격리 보호를 권유했지만 A씨는 “아들을 굶길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지난달 자신을 때린 아들이 경찰에 입건된 후에도 A씨는 “처벌 말고 알코올중독 치료를 부탁한다”며 선처를 바랐다.

도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도내에서 학대 피해 노인 51명이 보호 쉼터를 찾았다. 자녀와 배우자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다. 지난해 경찰에 입건된 도내 존속 범죄 사범도 95명에 달한다. 학대 피해 노인 중에는 가족에게 해가 될까 처벌과 격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삼척에 살고 있는 B(여·79)씨는 알코올중독 아들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았지만 끝내 경찰과 보호기관의 손길을 뿌리쳤다. 허문순 도노인보호전문기관 실장은 “노인들의 평균 피해기간이 5년에 달할 정도로 참고 버티는 게 일상인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임재혁·정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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